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부작용도 있다. 그중 하나가 두뇌 기능, 특히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을 거의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스마트폰이 우리의 두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과 기억력의 상관관계
스마트폰이 기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면, 이 문제는 복합적이다. 우선, 기억력은 두뇌의 여러 영역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주로 해마(hippocampus)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한 순간에 이를 다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이러한 과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에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를 기억하려는 동기가 약해진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전화번호나 중요한 정보들을 외우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정보 저장을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되면, 우리 뇌는 더 이상 그 정보를 기억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억력은 점점 쇠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치매”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단기 기억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의력 분산과 기억력 저하
또한 스마트폰 사용이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방식도 기억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우리는 자주 여러 가지 앱과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메신저 알림을 확인하는 도중에도 뉴스 앱을 읽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동시에 SNS 피드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멀티태스킹은 뇌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하며, 결과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온전히 처리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의가 분산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학습 능력과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두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
스마트폰 사용이 단순히 주의력과 기억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두뇌 구조 자체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뇌의 해마 부위는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할수록 이 부위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특히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한 세대에게서 두드러진다. 청소년 시기의 두뇌는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 시기에 지나치게 많은 스마트폰 사용은 두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가 곧바로 접근 가능하다는 점은 우리가 두뇌를 덜 사용하게 만들며, 이로 인해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 저하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뇌의 가소성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두뇌 구조를 재조직하는 능력인데,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이러한 능력이 둔화될 수 있다. 즉,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지고,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를 유지하는 능력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긍정적 영향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앱들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제공한다. 뇌 훈련 앱이나 퍼즐 게임, 또는 어학 앱 등은 사용자들이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만들며, 기억력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은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정보 습득 과정에서 시간을 절약하고 더 많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일정을 관리하고 중요한 정보를 저장함으로써, 오히려 두뇌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즉, 우리가 필수적인 정보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덜 기울여도 되기 때문에, 더 창의적이거나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인지적 보조 도구’로 스마트폰이 작용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기억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의 균형 잡기
스마트폰이 두뇌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적절한 사용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만 집중하는 것은 기억력과 두뇌 기능에 해로울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실천 사항이 필요하다.
첫째, 멀티태스킹을 피하고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여러 앱을 동시에 실행하는 대신,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둘째, 정보 검색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전화번호나 일정을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정보는 되도록 외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독서나 산책 같은 다른 활동을 통해 두뇌를 자극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너무 자주 사용한다는 자각이 있다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오프라인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두뇌를 휴식시킬 수 있다.
결론
스마트폰이 우리의 기억력과 두뇌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지나친 사용은 기억력 저하와 주의력 분산, 두뇌 구조 변화 등을 초래할 수 있지만, 적절한 사용은 오히려 기억력 보완과 정보 습득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균형을 잡는 것이다.